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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현은 영화 ‘꾼’의 촬영장에 도착했다.
현장 분위기는 오늘도 좋은 편.
아무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몰랐다.
다들 자신은 차분하고 부드럽고 연기 잘하는 배우로만 알고 있다.
배우들이 종종 담소를 나누는 분장실에 들어가니.
김소산이 몇몇 배우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 수현이 왔어?” 김소산이 먼저 아는 체를 했다.
“안녕하세요. 형님.” “커피 넉넉하게 주문하길 잘했네. 이거 마셔.” 이병수와 함께 자리를 하기는 해도, 안수현과 김소산은 평소 그리 친한 편이 아니었다.
한데 웬일로 김소산이 아메리카노를 건네며 친한 척을 해 왔다.
“잘 먹겠습니다.” “허허, 우리 사이에 뭘….” 하지만 안수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자신과 친해지려는 사람들에 익숙했으니까.
입지도 탄탄하고 이미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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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아, 재범이 촬영하고 있다는데 같이 구경 갈까?” “아, 네. 좋죠.” “오랜만에 연기할 텐데 잘하려나 모르겠네.” “잘하겠죠. 병수 형님도 인정했다는데요.” 안수현은 민재범이 연기하는 걸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얼마 전, 한 건물을 빌려 촬영한 로케이션에서 감정 씬을 잘 소화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촬영 현장에 나왔는데.
“컷!” 신영택 감독의 짜증 섞인 목소리. 파워볼사이트
촬영장의 공기도 약간 무거웠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민재범이 꾸벅꾸벅 사과하고 있었다.
민재범이 NG를 내고 있는 것 같았는데.
“재범아, 왜 그래? 주하율 보기만 해도 귀엽고 사랑스럽잖아. 시선 처리가 안 돼? 집중하자 좀. 벌써 테이크가 6이다 인마.” NG가 여섯 번.
흡족하지 않으면 몇 번이고 찍을 수야 있지만.
지금은 뭔가 연기에 문제가 있는 모양.
‘이병수가 인정했다더니?’ 혹시나 연기에 기복이 있는 건가.
솔솔.
자신이 파고들 약점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결국 일곱 번째 테이크도 NG.
‘애정 씬이 엉망인데.’ 살짝 짜증인 난 신영택 감독이 주변을 돌아보다가.
“어? 안 배우. 잘 왔네. 안 배우가 재범이 연기 좀 도와줘. 감정이 영 안 사네.” 하며 안수현에게 부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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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팅은 감독의 영역이지만.
연기가 부족한 배우들은 선배 배우가 현장에서 도움을 줄 때도 있다.
그래도 신 감독이 저런 말은 안 했는데. 파워볼게임
영화가 본격화되니까 신경을 더 쓰는 건가 싶었다.
“네, 걱정 마세요. 감독님.” 어쨌든 잘됐다. 개입할 명분이 생겼어.
민재범 때문에 촬영이 잠시 중단되는 동안.
안수현은 민재범을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 “아녜요. 다 그럴 때가 있는 거죠.” “아… 그런데 잘 안 되네요.” 그럴 수밖에.
일부러 그가 하기 어려울 것 같은 장면들을 시켰으니까.
민재범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바라보며 안수현은 때가 왔음을 느꼈다.
“음…. 우리 민 배우 너무 오래 쉬었네요.” “그게, 애정 씬은 예전에도 어려웠어서…….” 하아.
이런 좋은 약점이 있나.
이걸 그대로 드러낸단 말이지.
“쉬는 동안 연애도 안 했고요?” “네.” “그럼, 연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종의 연애 감정을 가져 보는 게 어떨까요.” “누구한테요?” “작품 안에서만 주하율 배우한테 감정을 가지면 되죠.” “예에? 하율이한테요?” 예상 밖의 조언인 듯, 민재범은 난감한 얼굴이었다.
어떨까. 이쪽으로 공략이 가능하려나.
“어쨌든 제가 계속 연기를 봐줄 테니까 부담 없이 의논해요.” 만약 이 방향으로 공략이 된다면.
안수현은 민재범만 아니라 주하율까지도 엮을 생각을 떠올렸다.

* * 민재범에게 ‘조언’을 남긴 안수현은 주연 배우들의 개인 대기실로 향했다.
오늘 촬영은 남해 촬영의 첫 시작과 다른 장소였다. 이번 현장은 밴을 댈 만한 곳이 멀리 있어서 대기실을 임시로 만들어 두었다.
왜 갑자기 신 감독이 이런 장소를 골랐나 싶지만.
풍경은 좋으니 납득이 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대기실 쪽에서 스태프 한 명이 오면서 인사를 건넸다.
“아아, 안녕. 촬영 팀이 왜 그쪽에서 와?” “이병수 배우님이 카메라 뭐 물어볼 거 있다고 해서요.” “촬영 카메라?” “아니요. 그냥 일반 카메라요.” 흠, 새 취미가 생겼나. 맞춰 주려면 공부를 해야 하나.
안수현은 스태프를 보내고, 한 배우의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어머? 안수현 선배님?” 바로 주하율의 대기실 문을.
“어쩐 일로 오셨어요?” 안수현은 차분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음…. 아무래도 재범 씨가 걱정이 돼서 말이죠.” “앗, 재범 오빠가요?” 주하율과 민재범이 아역 때부터 인연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번에 민재범이 복귀할 때에도 주하율의 도움이 있었다고 했다.
“네, 잘하는 연기는 잘하는데…. 어려워하는 연기는 잘 안 되더라고요. 오늘 애정 씬처럼.” “아아…….” 주하율의 눈빛에 걱정이 서렸다.
좋아. 생각대로 반응한다.
“아마 하율 씨가 아역 때의 어린 동생으로 보이는 모양인데. 같이 시간을 좀 보내면서 로맨스 연기도 좀 도와주면 어떨까 싶어요.” 붙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그리고 로맨스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다 보면.
“하율 씨가 재범 씨를 좀 위로하고 도와주세요. 믿고 있는 것 같으니까.” 흔들리는 민재범이 누구에게 기댈까 답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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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 민재범만 흔드는 걸로 엔트리파워볼 만족할 수 없었다. 주하율도 끌어들인다.
로코로 떠오르는 주하율. 이 시점에 현실 연애는 호재가 아니다.
그리고 이제 복귀해야 하는 민재범. 로코로 뜨는 주하율과 사귄다고 하면 앞날에 재를 뿌린 인간으로 욕을 먹게 될 것이다.
그럼 구은우까지 손해를 보겠지.
그놈의 구은우.
하지만 작품은?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나는 잃을 것이 없다.
“네, 제가 재범 오빠 옆에 붙어 있어 볼게요.” 그렇지.
그렇게 해야지.
안수현은 인사를 하고 뒤로 돌아서면서.
한껏 웃음을 지었다.
사람들이 드디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오는 느낌.
이 살아 있는 기분.
천천히, 다시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었다.

* * 그리고 며칠 후.
“컷, 오케이.” 단 한 번에 신영택 감독의 사인이 떨어졌다. 막혀서 미뤄 두었던 컷이 오늘은 문제없이 지나갔다.
안수현은 민재범의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군.’ 이렇게까지 효과가 있다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민재범에게 다가갔다. 그를 바라보는 민재범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때요? 내가 일러 준 대로 해 봤어요?” 알면서도 던지는 질문.
“헷, 선배님 말씀대로예요. 하율이가 너무 동생 같기만 해서 힘들었는데, 새로운 모습을 보려고 하니까 또 마음이 가더라구요.” 민재범의 마음이 움직이는 듯이 보이자.
안수현은 한두 마디 말로 그 마음을 등 떠밀었다.
“아까 보니까 둘이 합이 척척 맞던데. 주 배우도 비슷한 마음 아닐까요? 원래도 믿음직한 오빠였다고 했으니까.” 더, 더, 그쪽으로 가라.
상대도 내게 마음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애정이 더욱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하핫, 그건 아니에요. 하율이는 로코를 많이 해서 이런 장면에 익숙해요. 완전 프로죠.” “아……. 그래요.” “하율이가 중심을 잡아 주니까 저도 작품 안의 감정에 안 휩쓸리고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하, 너무 고마운 일이네요.” 민재범의 말은 의외였다.
더구나. “이제 하율이 코치 안 받아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수현의 생각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았다.
또다시 말이다.
밀려오는 초조감에 그가 아무 말도 않고 있을 때. 로투스바카라
“코치 받을 때 항상 둘이 드라이브 나가거든요. 하율이 시간도 뺏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요. 이제는 제가 알아서 잘해야죠.” 의외의 정보가 걸려들었다.
‘드라이브? 둘이?’ “서로 잘 챙기네요. 이 근처에 드라이브할 만한 데가 있어요? 코치도 받으려면 주차하고 이야기해야 될 텐데.” 안수현은 흥미가 드러나지 않게 아무렇지 않은 척 질문을 던졌고.
민재범에게서 주하율과 연습하는 장소를 들을 수 있었다.
“선배도 바람 쐴 때 다녀오세요. 아주 좋더라구요.” 눈앞의 얼간이는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그래요, 나도 가 볼게요.” 그리고 돌아선 안수현.
천천히 자신의 간이 대기실 쪽으로 걷는데.

후우, 후우.
흥분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본인들 감정이 뭐가 중요해. 언제 연예계가 그런 곳이었나? 남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되는 게 연예계지.
일단 그렇게 되면 민재범이든 주하율이든 자신이 파고들 빈틈이 생길 것이다.
스캔들.
이걸 어디서부터 굴려 볼까.
이미 안수현의 머릿속은 다른 방향으로 계획을 세워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굴려야 할지가 눈앞에, 아니 귀 앞에 나타났다.

이재홍 기자님, 우리 사이 좋았잖습니까. 오보 기사도 그렇고, 요즘 왜 이래요?
안수현은 그 목소리를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다.
요즘 가장 많이 떠올렸던 목소리.
가증스러운 구은우.
그런데 그 구은우가 몹시 화를 내고 있었다.
스스슥. 벽 쪽에 붙어 이야기를 들어 보니. 로투스홀짝

이재홍 기자님, 이렇게 나온다 이거죠? 좋게 봤는데 안 되겠네!
기자 한 명과 사이가 틀어진 모양. 원래 사이가 좋았다가 틀어지면 더 크게 나빠지는 법.

에이!
화를 내면서 떠나가는 구은우의 뒷모습이 보인다.
‘여기서는 또 척척 맞아떨어지네.’ 한동안 구은우와 엮여서 되는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모든 일이 짠 것처럼 쉽게 흘러가고 있었다.
스캔들을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재빨리 폰으로 검색해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이재홍 기자는 나인에 좋은 기사만 쓰다가 지난번에 오보 기사를 냈다.
‘자, 그럼 번호를 구해서…….’ 그러다가 멈칫.
‘아니야, 조심해야지.’ 스스로 연락하는 건 너무 위험했다. 아무리 자신이 스스로 나서고 있다 해도 그것까지는 아니었다.
안수현은 차분한 모습으로 대기실로 돌아와.

뚜르르르.
송지섭의 번호를 눌렀다.

네, 형님.
“지섭아, 네가 어디 연락할 곳이 생겼어.” – 연락이요?
“재범 씨한테 시련을 줄 때가 왔다.” 송지섭을 부리면 된다. 이렇게 하면 자신은 안전하다.
‘누가 나를 찾아내겠어.’ 아무도 보지 못한 그의 어두운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 * 그리고.
드디어.
“후우우우우.” 안수현의 입에서 만족스러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송지섭을 움직인 바로 다음 날 정오.
스캔들 기사가 떴다.
차 안에 단둘이 앉은 민재범과 주하율의 사진과 함께.
이슈 데일리는 아니었다. 이재홍 기자도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매체를 통한다고 전달받았다.
오히려 좋다. 중간 과정을 많이 거칠수록 최초 진원지를 찾아내기 어려울 테니까.
나는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후후후후.” 그래, 진작 이랬어야지.

똑똑.
안수현은 얼굴을 실룩거리면서 진짜 표정을 안으로 밀어 넣고.
다시 차분한 얼굴을 꺼내어 썼다.
“누구세요?” “이병수 배우님께서 찾으시는데요. 상의하실 일이 있다고.” 왔구나.
아마도 기사를 본 것일 테지.
너무나 잘된 일. 이참에 촬영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하자.
이병수, 나를 동생이라고 부르는 작자를 이용해서. 오픈홀덤
안수현은 지체 없이 이병수의 대기실로 향했다.
이병수가 굳은 얼굴로 의자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어이, 왔는가.” “네, 병수 형님.” “혹시 기사 봤어?” 안수현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푸우, 수현이 생각은 어때.” 이병수가 의견을 구하다니.
드문 일이었다.
안수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작품 자체에 문제 될 건 없습니다만…….” “없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이상하죠.” “이상해? 뭐 이상할 거 있어. 둘이 연애를 한다고 해도.” “너무… 잡음이 많지 않습니까. 오보에 스캔들에.” 생각하는 각도에 따라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 모든 일은 주하율과 민재범을 중심으로 일어났으니까.
여기에.
안수현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덧붙였다.
“구 대표가 대본에도 관여를 시작했다는 말도 있고 말이죠.” “뭐?” “최대 투자자 아닙니까. 민재범, 주하율도 구은우가 꽂았고요. 작품 망친다는 말이 돕니다.” 동요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과 같은 종류의 말이었다.
말이 돈다는 말.
실체가 없는 이야기.
하지만.
“그래, 안 그래도 그런 말을 들었어.” 이병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안수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직 불안을 가진 사람이 남아 있었군.’ “그런 말이 많이 들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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