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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은 정하한을 소개해 달라는 내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김명인, 김명진 형제와의 대화를 마치고.
스튜디오 낭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대한 경제 TV! 증권가의 신사 정하한 님을 모셨습니다.
TV 채널이 아무리 많아도 보던 것만 보게 된다. 가끔 다른 채널을 돌려 볼 때조차 경제 관련으로는 안 넘어갔었다.
하물며 이렇게 해당 채널의 너튜브 영상까지 찾아볼 일은 전혀 없었고 말이다.
대한 경제 TV는 방송 내용을 요약해서 짧은 영상들을 많이 올려 두었는데.

반갑습니다. 상한가로 가는 투자가, 정하한입니다.
마르고 점잖은 학자 풍의 외모. 검은색 뿔테 안경이 진지한 느낌을 더하고 있었다.
김명진에게 소개를 부탁했던 그 사람.
역시 사람은 겉으로 봐서는 모른다.
회귀 전의 뉴스가 기억이 난다. 피해자들의 숫자나 금액이 상당했던 투자 사기.

정하한 전문가님, 시청자분들한테 나날이 인기를 얻고 계십니다. 전문가님 덕분에 돈 벌었다는 분들이 감사의 연락을 얼마나 해 오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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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말을 믿어 주신 시청자분들이 잘 하신 거지요. 투자는 본인의 선택이니까요.
지금은 그가 한창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던 때. 일이 터지기 채 1년이 안 남은 시점.
너튜브의 댓글란을 열어 보니.
┕ 홀릭바이오 상장 후 떡상! 세이프파워볼
┕ 정하한, 그는 그저 빛… ┕ 홀릭바이오 간다고 할 때 웃었던 놈들, 지금은 표정이 어떨지? 벌써 5배 갔다.
┕ 프로님이 리딩방에서 10배 간다고 하셨음. 지금도 올라타는 데 늦지 않았음.
┕ ㅇㅇ 홀릭바이오는 앞으로도 호재가 넘쳐나니까.
┕ 호재? 들리는 얘기 없던데…. 무슨 호재가 있나요?
┕ 그건 리딩방 오셔야 함. 리딩방도 운영하는구나.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네.
리딩방이란 유료로 회원을 받아서 주식 정보를 흘려주는 단톡방을 말한다.

전문가님, 지난번에 언급하신 종목들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어요. 이번 주에도 종목명,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죠?

원래 저는 함부로 종목을 찍어 주거나 하지 않습니다. 지난번에는 실수로 언급하게 됐었던 거고요. 평소에는 투자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를 한 분들과 동향을 나누는 정도만 합니다.
종목을 안 찍어 주기는, 잘만 찍어 주면서.
저기서 말하는 공부는 아마 자신의 리딩방을 의미하는 것일 테지.
가끔 방송에서 정보를 흘려서 신뢰도를 쌓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리딩방에 들어오게 만들고.
대략 패턴은 보인다.
┕ 리딩방 가입비가 비싸던데… 천만 원이던데… ㅎㄷㄷ ┕ 그만한 값어치를 합니다ㅎㅎ 저도 이 나이까지 여러 투자 전문가를 만나 봤지만 그중에서도 정하한 프로님이 제일인 것 같습니다ㅎㅎ ┕ 가입비 무서우면 투자는 어떻게 함? ㅋㅋㅋㅋ 천만 원? 정말로?
이런 세상에 대해서 모르던 나에게는 너무 비싸게만 여겨진다. 그런 거 없어도 투자 잘들 하던데?

전문가님, 그래도 한 말씀만 해 주세요. 시청자분들이 아쉬워하시겠어요.

하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이 돈을 벌 수 있는 적기라는 겁니다. 왜 이런 때에 적금이나 보험에 돈을 넣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위로 올라갈 타이밍을 영영 잃게 됩니다. 조금 무서우시겠지만, 영끌을 해서라도 과감히 투자를 하십시오. 저는 그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안내를 하겠습니다.


┕ 방송 보면 사람이 겸손한 게 보이지 않냐. 이 정도 수익 나게 하면 다른 투자가들은 나대느라 바쁠 텐데.
┕ 정말임. 고작 몇 프로 가지고 자기 말 맞았다고 떠드는 놈들 정말 많이 봤음.
┕ 갓하한! 갓하한! 찾아보니 정하한의 태도에 대한 댓글들도 있었다. 겸손하고 점잖은 이미지로 알게 모르게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지일 뿐이라는 건 모르고.
저건 다 전략이다. 저런 태도로 어느 날 정말 고급 정보가 있다면서 한마디를 찔러 넣는 거다.
선물로 위장한 비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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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모든 댓글이 좋을 수는 없는 법. 누군가는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 프로님, 한 달 전에 말씀하신 엔터주 반 토막 났는데 어떻게 대응할까요?
이런 댓글이 간혹 얼굴을 들이밀었는데. 파워볼사이트
┕ 뭐냐, 이건. 다른 전문가가 보낸 건가.
┕ 우리 정 프로님이 엔터 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가?
┕ 한 적은 있는데. 바닥에서 사야 된다고 했었음. 욕심내다가 물린 모양이네.
부정적인 댓글 아래로는 배척하는 댓글이 우르르 달렸다.
하지만 바닥에서 사야 된다는 말은 나도 하겠다.
여기 팬들은 이상하다고 안 느끼는 건가. 아니면 이거 다 알바인가.
저 홀릭 바이오도 끝이 안 좋다.
내 기억에는 작전세력에 의해 공모가 대비 15배까지 올랐다가, 그들이 팔고 나온 뒤에 폭망했었다. 이건 포털에도 뜬 사건이라 기억이 난다.

자,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지금이 적기입니다. 들어오세요!


“아, 제가 김명진 배우님이 운전해 주시는 차를 타 보게 되네요.” “하하하. 제가 소개하는 건데 같이 가야죠. 가는 길에 이렇게 영화 이야기도 하고 말입니다.” 김명진 배우가 낮게 울리는 웃음소리를 냈다. 그는 정하한을 소개해 달라는 내 부탁을 흔쾌히 받아 주었다.
오늘은 약속한 호텔 커피숍에서 정하한을 만나기로 한 날.
스튜디오 낭만에서 김명진을 만나 한 차로 이동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부터는 김 배우님이 아니라 김 감독님이라고 불러야 하겠네요.” “하하하하. 감독님이요?” 좋아한다.
몹시 좋아하고 있어.

공선탁을 감독이라고 불렀을 때, 그도 엄청 좋아했었는데.
감독이라는 말에는 어떤 마력이 있나 보다.
“감독님, 스태프들은 꾸리셨어요?” “아, 네. 이제 거의 다 합류했어요. 촬영감독이야 우리 형이 해 줄 테고, 조예성 미술감독, 우본학 조명감독, 김지혁 편집기사…. 가영풍 음악감독님도 곧 합류할 겁니다.” “아……. 제가 영화 쪽 스태프분들은 아직 잘 몰라서….” “아, 그렇죠? 모두 우리 형하고 여러 번 작업을 같이해 온 분들이에요. 이영생 감독님 사단인데, 지금은 감독님이 쉬고 계시니까 다 이쪽으로 넘어온 거죠.” “이영생 감독님 사단이었군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 거장 감독에게는 자신만의 사단이 꾸려지기도 한다.
팀 작업이다 보니 작품을 같이 해 보고 손발이 맞는다 싶으면 쭈욱 같이 가는 것이다. 스태프들도 자신이 속한 사단에 대한 자부심이나, 우리 감독님 영화 잘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동지 의식이 있다.
“그 팀을 그대로 가져왔다라.” 김명인이 그대로 가져온 팀을 내가 그대로 가져다가 꿀꺽……. 세이프게임
아아, 생각만 해도 짜릿한데?
“구 대표 말이 맞아요. 스태프들은 거기에서. 배우들은 나인에서.” “음?”
김명진이 눈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이거,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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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범 말고도 원하는 배우가 있으세요?” “아니, 나인 소속 배우들이 탄탄한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니까. 몇 명 정도 더 들어오면 좋겠죠.” “흐음.”
애당초 민재범도 내줄 생각이 없고.
김명진의 영화를 뒤로 많이 미뤄 줄 생각인 나에게 이런 제안이라.
“좋지요. 제가 배우들 일정을 좀 보고, 의사를 타진해 보겠습니다.” “하하하하. 역시 구 대표님은 결단력이 있으시네!” 결단력 있게 거부다.
일정도 안 될 거고, 의사도 없을 테니까.
더 정확히는, 그냥 안 알아볼 거다.
“아, 벌써 다 왔네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호텔 앞에 도착했다.
“정하한 형님도 온 것 같네요.” 김명진이 폰도 안 보고 말했다.
“어떻게 아세요?” “조금 앞쪽에 저 차 보여요?” 진입로로 들어가는데 차 한 대가 눈에 띄었다.
“오……. 저 차는?” “노란색 부자티. 하한 형님 차가 부자티인데, 아마 맞는 것 같아요.” 부자티면 저게…, 20억 하던가? 30억이었던가? 아름다운 유선형에 눈길이 가기는 한다.
부자티가 호텔 정문에 서고 발렛을 위해 직원이 다가서고 있었다. 김명진은 인사를 하려는지 창문을 지잉 내렸는데.
“엇. 저 형님이?” “여자친구 분인가요?” 부자티의 조수석에서 딱 붙는 진을 입은 여자 한 명이 내렸다.
40대 초반인 김명진이 형님이라고 부르니, 정하한은 40대 중후반. 차에서 내린 여자는 많이 어려 보였다.
“허허허, 저 형님이 나한테도 이야기 안 한 여자친구가 있었네.” 김명진은 자기 일도 아니면서 대신 멋쩍어하는 모습이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내 기억에 저 여자도 같이 뉴스에 나왔던 것 같으니까.
정하한이 잘나갈 때는 옆에 붙어 있으면서 별스타그램에 사진도 올렸다가, 사회면 뉴스가 뜨고 나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손절했었지.
“슈퍼카에, 미인에, 방송으로 본 거랑은 이미지가 많이 다르네요.” “으음, 그것 말고는 방송하고 비슷해요.” 안타깝게도 김명진 역시 아직 정하한을 믿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본인 영화에 투자를 한다고 했으니 더 그렇겠지. 한번 믿은 마음을 거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오픈홀덤
“성공한 투자가이니 저 정도는 누릴 수 있지요. 전혀 나쁜 뜻이 아니었습니다.” 정하한은 알 바 아니지만.

김명진이 더 멋쩍지 않도록 분위기를 전환했다.
자신이 소개를 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본인이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전혀 안 그래도….
“정하한! 이 나쁜 놈아!” 갑자기 앞쪽에서 한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뭐, 뭐야?” 김명진의 깜짝 놀란 목소리.
나는 창문을 내려서 앞쪽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는데.
“정하한, 네 말 듣고 대출에 신용까지 썼는데 망했어! 이 사기꾼아!! 뭐? 정한 엔터가 떡상?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하고!” 아하.
아까 댓글에서도 엔터주 이야기가 있었다.
“어허, 투자는 자기 선택이지. 왜 나한테 항의를 하십니까.” “네가 그렇게 하라며? 지금이 적기라고 영끌해서 하라면서?” 난입한 남자는 이미 호텔 직원들에게 제압을 당하고 있었다.
정하한은 처음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은 평정을 되찾고 있었다.
“무슨 말씀을. 제가 죽으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선택한 건 당신입니다.” 그는 끌려 나가는 남자에게 고상한 말투로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
글쎄, 내가 너튜브를 봤을 때랑은 말이 다른데? 끌려간 남자 이야기대로 마치 책임질 것처럼 큰소리를 쳐 놓고서는.
잠깐 소란이 지나가고 정하한과 여자가 호텔 안으로 사라졌다.
부자티가 빠지면서 발렛 라인도 금세 우리까지 왔다. 일단 차를 맡기고 호텔 정문에 섰는데.
“으흠…….” 김명진이 깊고 묵직한 소리를 냈다.
“저기 구 대표님.” “왜 그러십니까.” “음…….”
그는 나를 불러 놓고도 잠시 말을 못 하다가.
“구 대표님.” 재차 나를 불렀다.
“말씀하세요.” “나는 투자 건으로 저 형님과 계속 봐야 합니다만.” “네.”
“구 대표님은 꼭 안 그러셔도 됩니다.” 나 때문에 엮일 필요는 없다.
이 이야기를 돌려서 꺼냈다. 로투스홀짝
방금 장면은 정하한에 대한 인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김명진 본인이 그러한 듯했다.

그 상태에서 내게 정하한을 소개하려니 마음에 걸리는 거겠지.


———————————–김명진
선명도 65
어떤 역경에도 책임감을 잃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정하한을 만나야겠다.
김명진의 영화는, 그 자체로도 좀 문제가 있었지만.
사회면 뉴스와 연관되면서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주식 전문가 정하한.
사기꾼 정하한.
그가 사회면에 등장한 것.
특히, 자신이 참여한 회사가 마치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것처럼 홍보하여 장외 주식을 사도록 만들었다. 자신은 그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 팔아치워서 차익을 얻었고. 로투스바카라
그런데 이 돈의 일부가 김명진의 영화에 투자금으로 들어간 것이다.
당연히 영화는 개미들의 등을 쳐서 만든 영화로 욕을 엄청나게 얻어먹었다. 거장의 영화여도 헤어 나오기 힘든 위기에 김명진의 영화는 아예 풍비박산이 나 버렸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정하한을 밀어내고 김명진의 감독 데뷔를 뒤로 미뤄 준다면?
어찌 보면 사람 살리는 일인 거지.
물론 영화가 연기되고 나면.
붕 떠 있는 김명진과 스태프들을 모두 낚아챌 거다.
“아니요. 꼭 만나 보고 싶군요. 제 이익을 실현시켜 줄 분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자, 그러니 만나 보자고.
사기꾼 정하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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