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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상을 차리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고등어가 올라와서 신났다.
“엄마, 고등어가 있네. 무슨 날이야?” “아빠가 월급 탔어. 보름치만 타서 고기는 못 샀다. 엄마가 책 팔아서 고기 사 줄게.” “나는 고등어가 더 좋아.” 노릇노릇하게 구운 고등어 두 마리는 맛있게 보였다. 나는 상을 번쩍 들었다.
“엄마가 할게.” “이 정도는 내가 들 수 있어.” 김치, 콩나물에 고등어만 있는 반찬이라 무겁지 않았다. 엄마는 쟁반에 뭇국을 담아 내 뒤를 따라왔다.
“연무 형, 문 열어.” 둘째 형이 문을 열자 방에 상을 올렸다. 큰형도 모처럼 집에 일찍 와서 다섯 식구가 모였다.
늘 그렇지만 아빠가 수저를 먼저 뜰 때까지 EOS파워볼 기다렸다. 뭇국이 아빠 입에 들어가는 순간, 순서대로 숟가락을 들었다.
엄마가 큰형을 보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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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는 운동 잘 하지? 친구들은 괜찮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확실히 서울 애들이 공은 잘 차는 것 같아요.” “필요한 거 있으면 엄마한테 얘기해.” “지금은 괜찮아요.” “형, 축구공 사 줄까?” 쓸데없는 영웅 심리의 발동이었다. 가족들이 숟가락을 입에 넣다가 멀뚱히 나를 쳐다봤다.
구슬과 딱지를 따서 사 줄 생각이었으나 이런 건 은밀하게 진행해야 했다. 엄마와 공부 열심히 하기로 약속했는데 막내아들의 탈선(?)을 예고하고 있다니. 나는 내 입을 잘라 버리고 싶었다.
둘째 형이 바로 치고 들어왔다.
“네가 무슨 돈으로 사?” “…….”
“허풍은?”
“허풍 아니거든.” 허풍이라는 말에 자존심이 확 상했다. 지고 싶지 않은 오기가 발동해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거상을 만났거든.” “거상?” 로투스바카라
“그런 게 있어.” “엄마, 율무 사고 칠 것 같다. 도둑질하면 경찰서에 잡혀간다. 시골이나 서리할 수 있었지, 서울에서 훔치면 바로 감방이야.” “도둑질은 안 해.” “그럼 뭔데?” “됐어. 비밀이야.” 둘째 형의 질문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잔소리를 들을 게 분명하다.
아빠는 나를 보다가 살포시 웃었다. 그러고는 젓가락으로 고등어 살을 발라 내 밥 위에 올려 줬다. 그걸 본 큰형이 말했다.
“아버지도 드세요.”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는 법이다.” 작년까지는 생선 대가리가 맛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어른들이 생선 대가리를 먹고 아이들은 맛없는 몸통만 먹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가리에 붙은 살이 맛있다고 하더라도 먹을 게 별로 없었다. 둘째 형은 자식들에게 살을 먹이려고 어른들이 거짓말하는 거라며 핀잔을 줬다. 역시 나이는 공짜로 먹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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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버지도 살 드세요.” “괜찮아. 너희들 많이 먹어.” “맛있는 대가리는 내가 먹을게. 엄마랑 아빠는 맛없는 몸통이나 먹어.” 나는 생선 대가리를 젓가락으로 집고 배시시 웃었다. 엄마는 피식 웃다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막내아들, 이제 다 컸네.” “진짜 맛있는 거 아냐?” 둘째 형도 가세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늘 가족의 테두리 밖에서 아웃사이더 같던 둘째 형이 가끔 말을 거들어 주면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이렇게 해도 엄마와 아빠가 몸통을 먹는 건 아니지만 모처럼 따뜻한 온기가 돌았다.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빈 약상자에 구슬을 넣는 걸 보고 둘째 형이 물었다.
“구슬치기했어?” “응.”
“그런데 구슬이 별로 없네. 서울 애들이 잘하냐?” 이미 시골에서 가득히 채운 구슬 상자를 봤기에 둘째 형은 내가 구슬치기 장인이라는 걸 인정했다. 그런데 구슬이 서른 알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의문을 표시했다.
“잘해. 서울 애들은 공부도 잘하고 노는 것도 잘해.” “그래?”
둘째 형은 예리해서 빌미를 주면 안 됐다. 무심코 던진 말을 조합해서 내 행동을 유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차단해야 했다.
큰형은 또 나갈 준비를 했다. 바람 빠진 축구공을 들었다.
“바람 넣으면 되지 않아?” “새는 곳이 많아서 오래 못 가. 갔다 올게.” 둘째 형은 큰형이 나가는 걸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왜?”
“공부는 안 하고 축구만 하니까 문제야.” “왜?”
“축구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둘째 형의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았다. 큰형은 거의 수업을 듣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운동장에서 살았다. 둘째 형은 책을 덮고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문제야, 문제. 축구 외에는 다른 걸 하지 않으니까 실패하면 뭘 하겠냐?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이라는데.” 나도 점점 걱정됐다. 내가 보기에도 큰형이 축구를 압도적으로 잘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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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고 재구와 스탠드에 앉아서 로투스홀짝 운동장을 바라봤다. 자체 청백전을 진행하는 축구부에서 큰형의 모습이 보였다. 포지션은 공격수였는데 몸싸움에서 많이 밀렸다. 시골에서는 체격이 좋은 선수들이 드물었는데 서울은 확실히 달랐다.
공부든 운동이든, 서울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재구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해무 형 많이 밀린다. 고기 먹여야겠다.” “대회가 언제냐?” “다음 달에 하니까 늦게까지 연습하는 거지.” “우리 학교는 축구 잘해?” “작년에 서울 대회에서 9등 했어. 아주 못하지는 않아.” 형편없는 실력은 아니라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형의 몸이 무거워 걱정됐다. 좋은 성적을 내야 유명한 중학교에 갈 수 있었다. 주전 자리를 얻어야 할 텐데, 가끔 물 주전자를 들고 뛰는 모습을 봐서 불안했다.
공을 차고 돌진하는 큰형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10m만 더 돌파하면 페널티에어리어 지역에 들어가면서 슈팅을 날릴 기회였다.
“좀 더! 좀 더!” 재구가 목소리를 높여 응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옆에서 온 수비수와 몸을 부딪쳐서 넘어졌다.

“아이쿠! 몸싸움이 안 된다.” 나도 미간을 찌푸렸다. 저 정도 몸싸움은 이겨 내야 하는데. 서울에서는 힘을 못 쓰는 것 같아 속상했다. 더는 큰형의 좌절을 보고 싶지 않았다.
“가자.” 세이프게임
“어디를?”
“딱지 따러 가야지.” “축구 더 안 봐?” “끝날 시간 됐어. 딱지는?” 재구는 애로나민 골드라고 적힌 약상자 뚜껑을 열었다. 수천 장은 되어 보이는 딱지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딱지 많다.” “이 정도 가진 애들은 많아.” “이건 얼마야?” “100장에 30원에 팔아. 네가 나한테 팔 때는 100장에 25원 줄게.” 나는 재구에게 딱지 게임 교육을 받았다. 시골에서는 동그란 딱지를 새끼손가락에 걸어 날려서 가장 멀리 간 사람이 따는 방식이었다. 다른 방법은 딱지 다섯 장씩 바닥에 놓고 손가락을 오므리고 쳐서 넘기는 수만큼 가져갔다.


서울은 확실히 달랐다.
글높, 별높, 사람높의 게임. 수비자가 딱지를 양손으로 접으면 글자 수가 높거나, 별 숫자가 높거나, 사람 숫자가 높은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었다. 공격자는 개수 상관없이 걸 수 있었고, 수비자가 이기면 건 딱지를 가지고, 지면 건 만큼 돌려줬다.
구슬치기와 비교하면 홀짝과 같은 확률이라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재구 역시 반신반의했다.
“자신 있냐?” “해 봐야 알지. 돈은 얼마 줘야 하냐?” “너를 믿어. 1,000장만 빌려줄게. 다 잃으면 돈 내고.” 재구는 나를 신뢰하고 있었다.
“가자.”

재구가 안내한 곳은 집으로 들어가는 파워볼사이트 골목길 앞에 있는 정육점 앞. 핏빛 조명이 유리 안 고기를 더욱 싱싱하게 보이게 한다. 이곳은 삼거리가 만나는 지점이고, 앞에 전봇대와 넓은 공간이 있어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다방구와 얼음땡을 해서 늘 시끄러웠는데 정육점 아저씨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월남전에서 한쪽 팔을 잃었다는 얘기를 재구에게 들었다. 처음 봤을 때는 소매 밖으로 손이 없어서 놀랐지만, 항상 웃는 얼굴이라 지금은 무섭지 않았다.
정육점 앞에는 딱지의 제왕이라는 한규 형이 계속해서 이기고 있었다. 그 앞에 쇼핑 가방이 있었는데 딱지로 가득 찼다.
“3학년인 한규 형이야. 속이는 거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잘 딴다.” 나는 지켜봤다. 글높, 별높을 번갈아 가면서 접었는데 상대의 눈을 응시하는 게 보였다. 상대적으로 저학년인 애들 상대로 눈치 게임을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애들은 왼쪽에 가서 잃으면 또 고집스럽게 왼쪽을 가고, 계속 지면 오른쪽을 갔는데 그때도 잃었다.
딱지의 제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실력이었다. 아이들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시골에서는 위로 서너 살까지는 친구로 지냈지만 여기는 서울이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나는 형이라는 호칭을 써야 했다.
“한규 형, 나도 해도 되지?” “물론이야.” “몇 장이나 갈 수 있어?” “네 마음대로.” 나는 애로나민 골드 뚜껑을 열었다. 수천 장을 본 한규 형의 눈이 빛났다.
“접는다. 글높!” 나는 오른쪽에 열 장만 갔다.
“겨우 열 장 가냐? 딱지가 이렇게 많은데.” “처음이라서 그래.” 한규 형은 양손을 펼쳤다. 왼쪽은 다섯 글자, 오른쪽은 두 글자였다.
“이번에는 더 많이 가.” 내 눈치를 살피더니 딱지를 나눠서 접었다. 나는 아까부터 봤던 패턴을 확인했다. 한규 형은 손가락으로 딱지의 수를 세면서 나눴다. 자기는 어느 쪽이 높은 줄 알고 있었다.
내가 고집을 부리고 또 오른쪽을 갈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패턴이 그랬다.
나는 상자에서 100장을 꺼냈다. 한규 형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래. 그렇게 가야지. 글높!” “여기!”파워볼실시간
왼쪽에 100장을 갔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눈빛.
“형, 펴.” “…알았어.” 오른쪽엔 다섯 글자, 왼쪽은 아홉 글자. 내가 이겼다.
한규 형은 당황해서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막내로,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산 시간이 확실히 도움이 됐다. 나는야, 눈치 100단.
한규 형은 침을 꿀꺽 삼키다가 접었다.
“글높!”
이번에는 한규 형이 고집을 부릴 거로 생각했다. 자기가 잃었다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또 왼쪽에 높은 글자가 있을 것이다.
“300장 갈게. 왼쪽!” 요동치는 눈빛. 한규 형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형, 빨리 열어. 왼쪽에 300장 갔어.” “…알았어.” 또 내가 이겼다. 지켜보던 아이들이 놀라워하며 함성을 질렀다.
“와! 두 번 연속 이겼다.” 이제 한규 형은 극심한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이럴 때는 이성을 잃고 제 고집대로 밀고 갈 것이다. 분명히 또 왼쪽이라고 판단했다.
“글높!”
“이번에는 500장 갈게. 왼쪽!” 벌벌 떨리는 손가락. 아이들의 눈이 왼쪽에 집중했다.
“한규 형, 열어.” “또 이기면 율무는 신이다.” 한규 형의 떨리던 손가락이 펴졌다. 또 내가 이겼다. 짧은 시간에 890장을 땄다.
한규 형은 숨을 씩씩거리며 다시 접었다. 여기서 또 고집을 부릴지는 확신이 없었다. 자기 고집을 꺾을 타이밍이기는 한데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미련하게 또 고집을 부릴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오른쪽에 열 장만 갔다.

“뭐야! 왜 열 장만 가?” “잠깐 쉬어 가는 거야.” 손을 펼친 한규 형은 씩씩거리며 열 장을 가져갔다. 지금은 지를 차례다. 저 형은 보통 고집이 아니다. 또 왼쪽이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글높!”
불안함을 감추기 위해 커지는 목소리. 나는 여기서 확신했다. 1,000장은 잃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딴 걸 합해서 2,000장을 갔다.
“왼쪽에 갈게.” “바꾸고 싶으면 바꿔도 돼. 내가 기회를 준다.” 필요 이상으로 흥분한 목소리. 아이들의 눈이 한규 형의 왼손에 집중했다.
“안 바꿔. 펴.” “진짜…….” “펴.”
“씨발!” 실시간파워볼
난데없이 욕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편 손에는 왼쪽이 더 높았다.
“와! 대단하다.” “율무가 다 땄다.” 숨을 씩씩 고르던 한규 형의 태도가 급변했다.
“너 이 새끼, 사기 치고 있어. 다 봤지?” “무슨 소리야. 내가 어떻게 봐!”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잘 맞혀? 너는 사기꾼이니까 줄 수 없어!” “형, 정정당당하게 이겼는데 이러면 안 되지.” “이 새끼가 처맞아야 정신을 차릴래! 그냥 가. 맞기 싫으면.” 동시에 3학년 형들 세 명이 나를 에워쌌다.
“촌놈 새끼가 서울 와서 사기나 치고. 이 새끼는 좀 맞아야겠다.” 싸워서 이길 자신은 있었다. 문제는 3학년 형들이라 학교에서 계속 마주쳐야 했고, 또 친구들을 부른다면 쪽수를 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그때 운명의 동아줄이 기가 막히게 내려왔다.
“촌놈 새끼한테 너도 맞을래?” 가방을 어깨에 메고 다가오는 큰 그림자. 큰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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