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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작 와그작
우리는 하늘을 나는 중이다. 원형의 보랏빛 막이 비를 막고 있어서, 몸엔 물 한 방울 묻지 않는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흡마목 밀림은 특이하게도, 지면은 녹빛이 그득한데 나뭇가지는 앙상하다. 그리고 징그럽게 꿈틀댄다. 마디마다 눈이 달려서 이쪽을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와작 와작
“…맛있니?”
“별미로군.”
눈꽃처럼 보드라운 소금, 불고기를 떠올리게 하는 소스, 얇디얇은 감자, 입안에서 칩이 부서지며 나는 소리. 간만에 먹는 감자칩은 일품이었다.
윙이 감자침을 담아준 봉지에 손을 넣어 남은 세 개 중 하나를 홀리링의 입 앞으로 가져다 대자 다른 말 없이 날름 받아먹는다.
“맛있네. 던전에 가면 감자 요리로 내오라고 해야겠어. 너도 괜찮지? 연습하기 전에 먹고 하자.” “안 될 이유가 없지.” 남은 두 개는 부서지지 않도록 봉지에 잘 말아서 배에 보관. 세이프파워볼
-먹고 치우지 이거 남겨서 뭐 하게.
‘혀가 맛에 적응해서 지금 먹으면 손해다.’ -낄낄, 너도 어지간하다.
그때, 정면에 무지갯빛 우산이 나타나 활짝 펼쳐지더니 쏟아지는 빗방울을 밀어내며 빙그르르 돈다. 유독 화려하게 빛을 뿌려서 다른 사물보다 명확하게 보였다.

“저게 뭐지?”
“길잡이 우산. 이 근처는 비가 자주 오니까, 채집 나온 하수인들이 길을 잃지 말라고 설비팀이 만든 거.” 우산은 우리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였고, 따라가는 동안 주변 지형을 살폈는데, 구름산맥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광대한 밀림의 연속이었다.
‘비가 그치면 더 살펴보던가 해야겠네. 음?’ 우산이 점점 가까워진다. 파워볼사이트
“다 왔어. 준비해.” 뭘?
홀리링은 속도를 줄이더니 완전히 멈춘 우산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육체의 무게를 가볍게 하던 주문을 해제. 중력이 전신에 가해져 지면으로 곤두박질친다. 아찔한 부유감이 등골을 치고 오르는데, 애시드 레볼루션의 희열로 가득 찬 목소리가 뇌리를 시끄럽게 울린다.
슬라임 육체만 믿고 낙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때에, 지상에서 15m 떨어진 상공에서 멈췄다. 가쁜 호흡을 흘리며 홀리링을 올려다보니, 그녀는 내 표정을 살피곤 호호 웃더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노크.
드륵
옆으로 누인 직사각형 형태의 검은 선이 공중에 그어지더니 미닫이문처럼 밀린다. 그 너머에서 손바닥 크기의 눈알이 등장, 검은 동공이 나를 지나쳐 뒤의 홀리링에게 고정된다. 인사하듯 위아래로 움직이고는.
“어서 오십시오. 던전주님.” -야, 저거 봐라. 안에 사람 있다.
동공 깊숙한 곳에 지팡이를 짚은 노신사 한 명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도 던전 하수인 중 한 명이려나.
“별 일없었니?”
노신사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연다.
“예, 주요 사건은 하위 랭커에게 던전배틀을 걸어 순위를 방어한 것이 전부입니다. 아래에 매달린 분이 일전에 말씀하신?” “맞아.”


“그렇군요. 어서 들어오십시오. 날씨가 춥습니다.” 미닫이문이 탁 닫히자 직사각형을 그리던 선이 세로로 주욱 내려와 정상적인 문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이내 안쪽으로 열리니, 홀리링은 나를 시계추처럼 흔들어 먼저 던져 넣고 문을 닫으며 들어왔다.
딱딱한 대리석 바닥을 한 바퀴 구르며 낙법, 최대한 모양 빠지지 않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일어서자.
“이놈이. 그?”

“킁킁, 맞다. 몸에서 던전주님의 채찍향이 난다.” “트롤 혓바늘 같은 놈이. 감히!” “초기에 처리를 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 “큰일 날 소리. 나중에 던전주님의 흥이 식었을 때 해도 늦지 않다.” “그래, 그만해. 흥분하면 근손실난다.” 우오옹
개성 넘치는 괴수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날 쳐다본다.
-듣고만 있을 거냐?
‘저런 도발에 일일이 반응하는 건 어리숙한 신입이나 하는 짓이다.’ 너 아직 신입이야 라고 궁시렁대는 애시드 레볼루션의 말이 들렸으나 못 들은 체했다.
홀리링은 어깨 위 물기를 털어내며 앞으로 걸었다. 하수인들은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나를 한 번씩 흘겨봤고, 마지막으로 눈알이 남아. 세이프게임
“따라오시지요. 손님.” 신경 다발을 꼬리처럼 흔들며 앞장선다. 문을 열자 밥그릇을 엎은 형태의 방이 나온다. 다음 방은 중앙에 화단이 있었고, 그다음은 방은 분수, 정원, 저택, 미로, 주점을 지나 벽면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서 걸음을 멈췄다. 홀리링은 도착과 동시에 하이힐의 뒷굽으로 바닥을 두어 번 두드렸다.
그러자 옥좌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커다란 일인용 소파와 만찬용 테이블이 솟구쳐 오른다. 홀리링이 소파에 앉고 나서야 서 있던 하수인들이 테이블이 나올 때 함께 나온 의자에 엉덩이를 댄다. 어느새 붉은 장갑으로 바꿔 낀 그녀가 테이블을 검지로 두드리자, 천장의 조명에서 호박 유령들이 쏟아져나와 각 하수인들의 뒤에 선다.
“감자 요리와 와인. 너는?” 기다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와 홀리링이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하수인들의 송곳 같은 시선이 내게 쏠린다. 다수의 원한을 받는 상황. 낯설지 않다.
-신인왕전 때도

당당하게.
“셰프에게 맡기지. 던전에 셰프 정도는 있겠지?” 쿵
왼쪽에 앉은 소의 뿔을 단 악어 머리 괴수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일어나 아가리를 쫙 벌린다.
“게라드. 던전주님의 손님이다.” 눈알이 담담한 목소리로 자중을 권고한다.
“크윽.” 오픈홀덤
놈의 목구멍이 눈앞을 기웃거리다 갔다. 체내 산도만 유지되면 생명엔 지장이 없다지만, 악어의 위장에 들어가는 경험은 하고 싶지 않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표정과 행동은 애시드 레볼루션의 도움을 받아 완벽히 통제.
“들었지? 펌펌쿡.” “예, 주인이시여.” 호박 유령 전체가 하나처럼 말하곤 다시 천장의 호박형 조명 안으로 들어간다. 호박이라, 호박 하니까 생각나네.
“음료는 호박 주스로 부탁하지.” “호오.”
마지막 호박 유령이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본다. 적당히 사각형으로 구멍 나 있던 호박의 눈이 한쪽만 길게 늘어진다.
“내 입맛은 까다롭다. 혹평을 감수하도록.” 반대편 눈도 좌우로 찢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펌펌쿡.
“혹평은 무슨, 찬미의 말이나 준비해놔.” 홀리링의 말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글쎄.”
“단언할게. 동층에서 그 보다 뛰어난 요리사는 없어. ” 하수인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기에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한쪽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로 받았다. 이에 다시 분개하는 하수인들이었으나, 무시.
“펌펌쿡이 요리하는 동안 회의나 하자. 게라드, 너부터 보고해.” “현재 늪지 지역 생태와 함정은 문제없이 잘 작동되고 있습니다.” “네 마을 구성원은 늘었어?” 게라드는 머리에 비해 압도적으로 작은 손으로 뒷머리를 긁으며.

“제가 열심히 늘리고 있습니다.” “호호, 우리 던전의 공격진이 든든해지겠구나.” “과찬이십니다. 커흠.” 붓으로 찍어 누른 먹물 같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본 게라드는 어깨를 쫙 펴곤, ‘보고를 마칩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이어서 해파리를 머리 위에 얹은 이족보행 해마가 호리병 주둥이처럼 생긴 입을 옴찔 거리며 소리를 낸다. 내 귀에는 우우웅 오오옹 하는 소리로 들렸으나 저들은 전부 알아듣는지 고개를 끄덕이거나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로투스홀짝
“채집조는 매번 공을 세우는구나. 바라는 것이 있느냐?” 우오옹
“없다고? 호호. 기특하여라. 시스, 이번 달 여유 마력은 채집팀에 보내.” “그리하겠습니다.” 눈알이 답하기도 전에 부복한 해마. 홀리링의 입에서 그만하고 앉으라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일어선다. 그렇게 한 명씩 보고를 하다 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차례?
-다 너 쳐다본다.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은데.
홀리링은 아예 깍지를 끼고 턱을 괴어 내게 시선을 고정한다.
다른 이들에 비해 유독 작은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나자 몇몇이 내게 들리도록 혀를 차며 불만을 표출. 그중 게라드는 아주 대놓고 쏘아보기에 나도 무감정한 눈으로 응수. 처음에는 발끈하여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 같은 기세였으나 이내 던전주의 눈치를 보며 주먹을 꽉 쥔다.
“그대들의 보고는 잘 들었다.” 정적.
“홀리링, 솔직히 이런 충성스런 하수인을 둔 그대가 부럽다. 짧은 기간임에도 던전에 도움 되는 업적을 하나씩 세웠더군. 외부자인 내가 봐도 대단하다 여겨진다.” 해마를 포함한 다수의 하수인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인다.
“한 명만 빼고.” 멈칫.
수초처럼 기분 좋게 흔들리던 해마의 지느러미가 호박 속 벌의 날개처럼 굳는다.
“누군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이곳은 나의 던전이 아니니. 단지, 미래의 불확실한 일을 이미 확정된 것처럼 둔갑시키는 언변은 존경스럽더군.” 그리 말하고 옆으로 한 걸음 나왔다. 하수인들의 시선이 나를 따라 서서히 옮겨지고, 한 자리에 멈춘다.
게라드.

나는 그의 뒤에 서서 입을 열었다.
“나는 이 던전의 주인인 홀리링과 계약을 맺은 헤일로라 한다. 반갑다.” 녹색의 악어가죽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가 일어서기 전에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계약 내용은 마왕소년단이 던전에 방문했을 로투스바카라 때, 무대에 오른 던전주가 갤룸 퍼레이드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게끔 만드는 것.” “이 새-, 엉? …저 말이 사실입니까? 던전주님.” “그래. 성공적으로 무대를 완수하면 괜찮은 던전 하나 찾아주고 동맹을 맺기로 했다.” 고조되던 거울방 내의 분위기가, 대번에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결정적으로, 방금까지 격분하여 나를 씹어먹을 것 같던 게라드가 내 팔뚝을 잡으며 안쓰러운 목소리로.
“힘내라. 응원한다.” …··.
“던전주님 죄송하지만 급한 용무가 있어 잠시만 통화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예. 고맙습니다. 어, 난데. 그 왜 기둥서방 도려내기 플랜 진행 중인 것들 있지? 다 캔슬해. 하라면 해, 확. 나머지도. 그래.” “음, 아군이었나.” “곧 이쪽으로 영입되겠어.” 호오옹, 후오옹.
“춤선생이었어?”

-다들 아나 본데?
갑자기 나를 위로하는 분위기로 흐르더니. 던전 내에서 날 부르는 호칭이 정해졌다.
“춤선생, 누가 뭐라고 하면 나 찾아와.” “춤선생은 봉사활동이나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은가 보군. ” “플레이어라고? 됐어, 됐어. 무슨 상관이야. 춤선생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호옹, 호오옹. 흐오옹.
해마도 기다란 입으로 내 정수리를 살짝 건든다. 뭐라고 하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호의적이다.
“던전 내 자원을 멋대로 움직이면 안 되는 건 아시지요? 여러분. 손님을 위하는 마음은 알겠으니, 부디 규율을 어기는 일은 없도록 하시길. 그리고 아직 회의 중입니다.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눈알이 테이블 중앙으로 올라와 말하자, 다들 긍정하고는 내게서 떨어져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EOS파워볼
“그렇게 됐으니까 앞으로 이 거울방은 헤일로, 아니지 내 춤선생 방이니까 조심해서 다니도록 해. 호호.” “예. 던전주님.” “더 보고할 거 없으면, 해산.” 홀리링이 손뼉을 치자 테이블과 의자가 사라졌고 하수인들은 내게 덕담을 남기곤 각자의 방식대로 방에서 나갔다. 해마는 바닥의 일부를 수면으로 만들어 아래로 풍덩, 게라드는 거울 저편을 늪지대로 바꿔 천막 입구를 열듯이 나풀거리는 거울을 몸으로 밀고 들어간다. 공통점은 가기 전에 하나 같이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봤다는 것.
‘아, 이거 잘하면 울겠는데.’ 의외의 곳에서 공감을 받고 말았다.
-울어도 돼. 내가 잘 포장해서 애들에게 전해줄게. 킬킬킬.
눈물 쏙 들어가는 소리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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