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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거대 청새치가 몸을 뒤틀며 탑을 향해 헤엄쳐 온다. 차단막에 닿기 직전 멈추고는.
삐에에에
난데없이 포효한다. 틀을 생성하고 아들렌에게 전투 준비를 명하려는 때에, 홀리링이 홀린 듯이 밖으로 나간다.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뭔가 사단이 있겠구나 싶어 전시 태세를 해제하고 뒤를 따랐다.
1층 밖으로 이어지는 통로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청새치가 송곳보다 뾰족한 이마의 긴 뿔을 홀리링을 향해 뻗는다. 그 속도가 무척이나 느려서, 누가 봐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 정도였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뿔을 건드리자 은은한 청색의 빛이 일렁이다 사라진다. 그 길로 청새치는 돌아서 어둠 너머로 사라졌고 홀리링은 얼떨떨한 기색으로 자기의 손을 바라보다 내게로 시선을 옮긴다.
“계약, 했어.” “청새치하고?” “아니.”
주위의 산재해 있는 거대 어류들이 동시에 눈을 뜨며 날 쳐다본다.
“전부.” 로투스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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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언니!”
“어어, 그래. 어서 와. 오느라 수고 많았어.” “아닙니다!”
탑으로 이사 오는 번 플러시 주민이자 자국의 주력 전사를 1층에서 반기는 그레블.
먀아앗!
“누가 코드 인젝션 쓰고 있냐! 불법은 금지다옹!” “미, 미안해요.” “초기화하고 새로 다운 받아서 깔아라옹.” “먓!”
탑을 개조 중인 기술자 고양이들.
현재 탑은 차후 전쟁을 위해 캣츠파이어의 기술력과 번 플러시의 전력을 탑 내부로 들여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층 구석에서 의지력 소모, 충전을 홀로 연습하고 있는 때에 아들렌이 다가온다.

“폐하.”
“이번엔 어디지?” “번 플러시 제국의 북동쪽 해안입니다.” “전투용 테미스 3기 출격, 대기하다가 해당 도시에서 구조 요청을 하면, 섬멸하도록.” 전투용 테미스는 기존 수송용과는 달리 탑 내의 시설 및 소재를 이용해 제작된 무기들이 탑재된 폭격기로 주력 무기는 마그누엘라의 독을 탄두에 심은 독탄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모스는 내게 패배한 후, 지속적으로 번 플러시 제국 인근에 나타나 마족들과 육체만으로 전투를 벌였다. 나와의 전투를 상정한 훈련이라고 생각되긴 하는데, 입 밖에 내진 않았다. 자의식 과잉 같잖아.
“아들렌.”
“예, 던전주님.” “우리가 이곳에 온 지 얼마나 지났지?” “오늘로, 380일 째 입니다.” “이주 프로젝트 완료 예상 날짜는?” “이번 달 안으로 마무리될 듯합니다.” “폐하. 저희도 사이언과 협력하여 순조롭게 탑을 무기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8할이 완료되었으며 앞으로 35일 안에 끝날 예정입니다.” 그날이 영향력을 100으로 채우는 날이 될 것이다.


“오블리비언 제국의 동향이 수상하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관련해서 얻은 정보가 있다면 보고하도록.” “마침, 그에 관해서 말씀 올리려던 참입니다. 브레이브 칸과 모스가 비밀리에 접선한 모습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찍어 왔다 합니다.” !
“…확실한가?” “예, 탐색팀의 에이스가 직접 찍은 영상입니다.” 아들렌은 앞주머니에 꽂혀 있던 네모난 막대를 꺼내 좌우로 비비자 막대의 끝에서 빛이 뿜어지며 홀로그램을 생성한다.
테이블도 없이 의자만 두 개 덩그러니 놓여 있는 어두운 방을 창밖 나뭇잎 사이에서 바라보는 시점. 곧 영상이 재생되더니 익숙한 얼굴의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와 의자에 앉는다.
“동맹을 맺자는 말입니까?” “그렇다.”
“어째서요? 헤일로 때문입니까? 당신이 본신의 힘을 낸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텐데요.” 본신의 힘이라. 브레이브 칸은 모스가 봉인하고 넘어온 걸 모르나? 로투스바카라
모스는 고개를 저었다.
“오래 걸린다. 그 힘을 작게라도 사용하려면 170년은 더 필요하다.” 흥미롭다고 여기는 걸까, 칸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렇습니까. 안타깝군요.” “번 플러시의 강자들이 실종되고 있다. 아는가?” “예, 전선에서 꾸준히 보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상대 장군이나 천인장들이 사라지고 있다고요.” “원흉은 헤일로다.” “증거가 있습니까?” 이번에도 고개를 흔드는 모스. 그러나 브레이브 칸은 실망하지 않고 도리어 턱을 쓸며 생각에 잠기더니.

“하지만, 흐음. 그래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최근 헤일로의 행적이 묘연하긴 합니다.” “본래 외교를 위해 팔방으로 뛰어다녔어야 정상인 캣츠파이어 제국의 재상도 조용하지.” “그렇게 따지면 디아 그레블로스 역시, …설마?” “이제 나와 동맹을 맺을 생각이 드나?” “주요 인물들이 사라졌음에도 제 영향력에는 변동이 없습니다. 상잔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좋습니다, 동맹을 맺지요.” “기한은 헤일로가 패망할 때까지.” “아니요, 세계에 저희 두 세력만 남을 때까지입니다.” 모스가 씩 웃는다.
“좋군.”
“음?”
브레이브 칸이 미간을 좁히며 이쪽을 노려본다. 쐐엑, 하얀빛으로 만들어진 단도 하나가 창을 부수며 날아와 나뭇잎 하나를 꿰뚫곤 사라진다. 이 영상이 촬영되는 위치에서 불과 3cm 옆이었다.
“하하, 착각인가 봅니다.” “흐음.”


모스도 미심쩍은 표정으로 근처를 둘러보다 느껴지는 바가 없는지 시선을 거둔다. 이후로 잡다하거나 이미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정보를 교류, 최종적으로 브레이브 칸이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내민 악수를 모스가 잡는 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이 홀로그램을 찍어온 사람이 누구라고?” “탐색팀의 에이스, 프롤입니다.” 첩자 일을 하라고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행동해서 이런 대박 정보를 가져왔다. 당연히 그에 해당하는 상이 있어야겠지.
“보물고 선택권을 2장 지급하도록.” “프롤이 크게 기뻐할 겁니다.” 보물고 선택권은 뽑기권이나 상대 던전에서 약탈해온 유물이 산처럼 쌓여 있는 창고다. 그대로 놔둬 봐야 썩기만 하니, 아들렌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서 만든 일종의 복지겸 포상 시스템이다.
‘모스와 브레이브 칸의 동맹이라. 그러면 이제 대놓고 활동해도 되겠어.’ “아들렌, 그레블과의 전투 편집한 거 아직 가지고 있나?” “예.”
“풀어.” 파워볼사이트
“알겠습니다.” 나의 약점을 찾아낼 수도 있는 영상을 굳이 이 시점에 푸는 이유는, 두 가지.
하나, 언급한 대로 저들이 내 약점을 찾느라 다른 곳에 신경을 덜 쓰게끔 유도하기 위해. 둘, 격투에 열광하는 이곳 세상 사람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물론 악명도 쌓이겠지만, 나중에 영향력을 쓸어 담으려면 일단 나를 알릴 필요가 있다.

대전은 멀지 않았다.
*
마침내 약속의 날이 왔다.
1년 2개월 하고도 11일째.
케프와 아들렌이 담당하던 두 프로젝트가 무사히 완료되었다. 먼저 눈에 보이도록 바뀐 것은 탑의 높이. 호수 수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희미하게 그린 드래곤 엠블럼이 보일 정도로 증축했다.
이름하여, 천층탑.
이주하는 마족과 캣츠파이어묘를 받기 위해 증축에 증축을 거듭해 도달한 층이다. 천 층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1001층으로 최상층은 나와 사이언만을 위한 공간이다.

다음으로는 탑의 외벽이 기계 문명의 과학이 접목되어 막강한 내구력과 반탄력을 가진 소재로 교체되었다. 그 덕에 차단막을 사용하지 않고도 호수 깊은 곳의 압력을 버틴다. 뿐만 아니라 층마다 문이 달려서 임무를 마치고 귀환할 때 원하는 층에 바로 입장하는 게 가능해졌다.
옥상엔 테미스 착륙지가 생겨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용이. 그 외에도 내부의 편의 시설이나 수련실, 유흥시설도 강화되었고 특히 원거리 무기 종류가 대폭 늘어, 하수인들의 만족도가 크게 상승하였다.
또 번 플러시에서 온 강자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한명 한명이 그레블 못지않은 헬스광이자 전투의 전문가여서 전력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소소한 변경점은 이렇고. 중요한 건 이거다.
캣츠파이어식 무기가 모조리 탑에 내장되었고 번 플러시의 주력이 나와 하수인 계약을 맺었다. 딱히 구슬리거나 하지 않고 그레블에게 그랬던 것처럼 탑을 소개하는 척하며 스윽 최신식 헬스장을 보이니 알아서 계약서를 찾더라.
이후 정예 전투원을 데리고 다니며 주변의 던전주들을 찾아가, 아군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직, 간접적으로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맹약을 제안. 다행히도 협회의 소속원이자 내게 호의적인 자들이라 큰 문제 없이 성사되었다.
고로.
전쟁의 준비가 세이프게임
*
1년 2개월 15일째, 달조차 구름에 가려진 은밀한 밤.
“진군하라.”
정복 전쟁의 신호탄은 신속 정확하게 발사되었다.
“헤일로.”
하마가 작전실의 총사령관 석에 앉은 내게 오더니 불안한 목소리로 묻는다.
“해안쪽 병력 숫자가 너무 적지 않나? 저 정도로는 해적 세력을 막기 어려울 텐데.” “충분하다. 저것도 만에 하나를 위해 배치해둔 것에 불과하다.” “으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불안하군.” “홀리링을 믿어라.” “그래도….”

“충분하다.”
마침 우측에 띄워둔 화면에 해안 전선이 시끄러워진 게 눈에 들어와 확대. 모스를 선두로 한 경인족들이 물속에서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이 상대하는 건.
거대 어류.
계약한 대상을 아공간에 보관했다가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는 조련사의 특징을 가진 홀리링이 하늘에서 거대 어류를 제어하며 해적들을 밀어붙인다. 모스는 안 되겠는지 고래의 형상으로 변해 같은 거대종이 되어 부딪쳤지만, 청새치의 뿔에 육체 곳곳이 관통당해 결국은 뒤로 물러난다.
다른 경인족들도 고래화했으나 모스에 비하면 한참 작기에 청새치가 아니라 다른 어류들의 입으로 한둘씩 빨려 들어간다. 나중에는 거대 어류가 입을 한 번 열 때마다 중대규모의 경어족이 사라질 정도.
일방적인 학살.
당연한 결과다. 정보, 전력, 전략, 개체 수. 모든 면에서 우리가 앞선 전쟁이다.
결국, 경인족들이 후퇴했고 홀리링은 ‘우리의 승리다!’라고 외쳐 난전에 참여했던 수중 하수인들을 독려한다.
[영향력 : 65] 흐음.
첫 격전이 벌어졌을 때 어렴풋이 느꼈지만, 숫자가 적다.
“해적들이 육지에 있을 확률이 높다. 감안하고 전투에 임해라.” 사단장급 이상의 지휘관과 연결된 통신기에 대고 말한 후.
“전투 개시.” 진격하라!!
국경지대의 숲에 숨어 있던 지상군들이 먼저 돌격하고, 그 뒤를 캣츠파이어 원거리 공격수가 엄호한다. 첫날은 승전의 연속이었고 이튿날부턴 서서히 도시점령 시간이 늘어나더니 일주일째가 된 지금은 오블리비언의 각지의 주요 도시 앞에서 동시에 막혔다.

도시는 약 12개로, 하나같이 수도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도시들이라 무시하고 지나가기엔 뒤통수가 간지럽다.
저 도시가 버티는 이유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방어막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기 때문인데, 탐색팀이 알아 온 바에 의하면 ‘신성결계’라고 부르는 신의 힘을 빌린 성마법이란다. 발동 원리는 신전의 사제들이 힘을 모아 기도를 올리면 신이 친히 힘을 행사해 방어막을 친다고.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치트키란 말인가. 신이라니, 신이라니!
플레이어와 주민과 마족이 진지하게 임하는 장소에 왜 신성이 개입하냔 말이다. 그것도 무슨 대가를 받은 게 아니라 몇 명이 모여서 기도 좀 했다고 저런 막을 씌워주면, 어쩌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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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로를 차단하고 버텨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어디선가 음식과 식수가 끊임없이 나온다는 보고를 듣고는 포기했다.
‘왜, 아주 우물 물을 포도주로 만들어버리지 그래.’ 하여 하나의 도시에 시험적으로 총공격을 가해보기로 하고 우리가 가진 화력의 8할을 온종일 쏟아부었으나 방어막이 깨지긴커녕 실금도 안 간다.
오블리비언이 왜 수성에서 패전한 적이 없는 건지 이해된 순간이었다.
고착 상황은 길게 이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홍길동처럼 서해 번쩍 동해 번쩍하며 나타나는 모스는 홀리링이 적절하게 물리친다는 점 하나다.
그렇게, 넉 달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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