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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끝났습니다.” “출발하지.”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잘 안 풀린다 싶으면 그냥 도망쳐요! 알았죠?” 줄리의 걱정을 외면하고 밖으로 나오자 내 곁에 계약을 마친 세 명의 용사가 다가왔다. 그녀들도 줄리와 같은 의견인지, 굳이 입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내 상태를 살피는 기색이었다. 무어라 하기에는 모호한 상황, 어차피 던전에 들어가서 실력을 보이면 해결될 문제라 굳이 언급하지 않고 목적지로 이동.
『용사 전송소』 던전으로 용사를 보내는 장소다. 모집소와 유사하게 국가와 민간의 협약으로 운영되는 기관이자 입장권을 발매하는 곳이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여성에게 마카로니 던전 입장권을 보였다.
“예, 확인되었습니다. 지금 활성화했으니 B-19번 방의 좌측 게이트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다음분 오세요.” 기차 좌석 찾듯이 맞는 방을 찾아 마법진 위에 서자, 전송 마법이 발동.
【마카로니의 수우퍼울트라 초지옥 던전에 입장합니다.】 【해당 던전의 난이도는 B급이며, 진행 방식은 샌드박스형입니다.】 【*샌드박스란, 주어지는 시련을 완수하면 다음 방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마법진이 빛을 발하는 동안 위와 같은 안내 문구가 주르륵 올라왔고 찬찬히 정독한 뒤에 하단의 전송 동의를 손으로 눌렀다. 파워볼사이트
커튼처럼 우릴 감싸던 빛이 희미하게 사라지며 주변 경관을 드러냈다. 음습한 공기. 공중을 날아다니는 푸른 도깨비불, 흐릿하게 보이는 정면의 좁은 통로.
돔 형태의 공간. “제가 앞에 서겠습니다.” 던전에 들어온 경험이 많은 티나가 앞에 서기로 했다. 그 옆에 슈가 붙었고 내 뒤에 제이나가 자리한다. 나를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진형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직군상 아예 틀린 진형이 아니긴 하지만, 기분이 좀.


【어서와라 나약한 용사들아.】 【첫 번째 시련은 수우퍼한 친구들에게서 살아남는 것이다.】 【행운을 빌지.】 좁은 출구에서 붉은 점들이 생겨난다. 시간이 지나 그것이 괴수의 안광이라는 걸 알아채고 각자의 무기를 들었을 땐, 벽과 천장이 모두 놈들에게 점령된 후였다.

거미.
“으-”
티나와 슈는 무덤덤했지만 의외로 제이나가 질색하며 내 팔을 잡는다. 숫자는 보이는 것만 대략 삼백 마리. 거미는 성인 남성의 상체 크기였고 갑각 사이로 팽팽한 근육도 보인다. 거기다 전신을 덮은 녹색 털.
응?
거미들의 털이 묘한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인다.
움직임에 반응하는 건가. …고양이처럼 저게 감각기관일 수 있겠어. 이런 상황에 유효한 마법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 의지력의 소모가 적으면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마법은.
버닝 워크.
발로 지면에 마나를 때려 박는 무식한 마법.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한다.
주력으로 사용할 마법은 정해졌고, 여기서 위치 선정에 관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벽에 붙어서 후방을 안전하게 하느냐. 아니면 이곳 중앙에서 원형으로 불의 벽을 세워 거미의 접근을 막느냐.
전자는 거미가 벽을 타고 올라 점프할 것을 고려해 항상 머리 위를 신경 써야 하며 후자는 의지력 소모 때문에 언제까지 버틸지 장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결론을 내렸다. 세이프파워볼
“벽에 붙는다. 후방으로.” “돌파가 낫지 않을까요?” 통로를 검으로 가리키는 티나. 바훔과 던전에 들어왔을 때는 늘 속전속결로 끝내는 게 좋다고 배웠다고 한다.
“전부 잡고 간다.” 티나 혼자라면 모를까. 제이나와 슈의 경우엔 전투경험이 절실하다. 일단 던전에 들어오면 내 말을 따르기로 한 이들이라 큰 반대 없이 의견이 수렴되었고 티나가 길을 뚫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거미들이 앞다리 두 개를 들며 위협적인 포즈를 취했고 티나의 검이 대기를 갈랐다. 녹색 액체가 바닥에 뿌려지자 그것이 신호가 되어 거미들이 듣기 싫은 하울링을 하며 동시다발적으로 달려들었다.
슈가 방패로 쳐내고 티나가 거미를 가르며 간신히 벽을 등지는 데 성공, 버닝 워크 사용. 바닥에 불을 피워 올렸다.
타닥, 탁.
발뒤꿈치 부근에서 불똥이 튀었고 그것을 기점으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작은 불기둥이 솟았다. 잰걸음으로 양옆을 막자 전투가 훨씬 편해졌다. 티나와 슈가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본다.
“슈, 정면을 막아라.” “넷

!”
처음 몇 마리는 겁도 없이 불길에 뛰어들었다가 전신의 털이 타버렸고 방향감각을 상실. 제 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제이나의 눈 질끈 감은 발길질에 터져 죽었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중에 피지컬이 가장 좋은 건 제이나다.
“힐, 힐! 앱솔루트 힐!” 그녀의 머리 위에 앉은 힐링스가 다친 곳도 없으면서 무슨 힐이냐며 투덜대고는 거미를 밟은 부위인 발 위에 머리카락을 털었다.
“저도!”
전방에서 슈가 어깨에 거미를 달고 외치자 제이나가 손을 뻗었고 힐링스가 날아가 마찬가지로 머리를 턴다. 처음 볼 때는 굉장히 신성한 광경이었는데 자주 보니까. 어째.
각질 터는 거 같기도 하고. “위!”
잠깐 한눈판 사이 뒤의 벽을 타고 오른 거미 여섯 마리가 머리 위로 떨어진다. 이를 슈 근처에서 거미를 죽이던 티나가 뒤늦게 발견하고 달려오려 하기에 손바닥을 보이며 자리를 지키게 했다. 지금 전방이 무너지면 다 위험하다.


“괜찮다.” 세이프게임
용사들이 거미를 상대하는 동안 나는 또 하나의 주문을 외웠었다. 함정형 마법으로 시전자의 시동이나 지정한 상대가 밟으면 발동하는 마법.
파이어 트랩.
뒷짐을 진 채로 가볍게 손을 튕기자 파이어 트랩이 발동, 속에 심어둔 여섯 개의 불의 창이 기습하던 거미의 배를 관통. 끼에에 소리를 내며 죽어가는 놈들을 제이나가 공중에서 발로 걷어차 버닝 워크로 생겨난 불기둥에 떨어트린다.
“징그러운 놈들!” 충격으로 부서진 거미 다리를 싸서킥으로 차버리는 제이나. 그게 하필이면 슈의 발치에 떨어졌다.
“아, 미-”
사과하려는 제이나의 동작이 그대로 굳는다. 전방의 슈와 티나에게 달려들던 거미들의 움직임도 일순 멎었다.
우드득, 뜨득.

방패를 든 채 재빨리 땅에 떨어진 거미 다리를 주워 입에 넣고 씹는 슈.
“와, 돼지고기 껍질 맛 나네요. 오! 속은 새우살 느낌.” 쫍쫍 거리며 게 다리 빨듯 거미 다리를 빠는 그녀의 모습은 광기를 넘어선 무언가에 닿아 있었다. 슈가 한 걸음 내딛자, 거미들이 사사삭, 뒤로 물러선다.
“왜 도망가지?” 어금니로 거미 다리의 갑각을 깨부수고 살을 꽉 물더니 방패를 들지 않은 손으로 다리의 끝을 잡아당긴다. 쑥- 뽑혀 나오는 속살. 녹색의 피는 모두 증발했는지 갑각에 달라붙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저것만 보면 꽤 먹을만한 음식이다. 잘 익은 고기향이 돔을 가득 채운다. 의도치 않게 휴식시간을 가지던 티나가 자신도 모르게 목울대를 꿀꺽하고는 깜짝 놀란다.
슈가 그런 티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한 입 줄까?” …끄덕. 오픈홀덤
느릿하게 움직이는 고개.


“먹을 거는 가족과도 안 나누는데,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주는 거야.” 정말 큰 걸 양보하는지 손을 떨며 티나의 입에 거미 다리의 속살을 물리는 슈. 잠시 후 티나는 눈을 크게 뜨며 다람쥐처럼 입을 빠르게 놀렸다.
“맛…있어.”
“그치?”
둘 다 고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먹을 거 못 먹을 거 가리지 않고 섭취한 경험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제이나는 다른지.
“우웁, 욱!” 내 어깨를 잡고 구역질을 한다. 실제로 토를 했는진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고. 절대 돌아보지 않을 생각이다. 숨은 입으로 쉬는 중이다.
긍정적인 사실은 들어올 때 보였던 거미들의 기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것. 순조롭게 소극적인 거미들을 정리해 나갔다.

“거미 고기가 정력에 효과가 있나 봐요!” 마지막 거미를 죽이고 방패를 닦으며 하는 슈의 말에 제이나는 다시 내 어깨를 잡았다.
그만 잡아. 하려면 그냥 하지 왜 꼭 내 어깨를. 우우욱!
【미, 미친. 큼! 미천한 용사 놈들이 애를 썼구나.】 【좋다. 첫 번째 시련의 통과를 인정하겠다.】 【네놈들은 울트라한 외다리에서 우정을 시험받으리라.】 하늘을 날아다니던 도깨비불들이 화살표를 그리며 거미가 등장했던 좁은 통로를 가리킨다. 누가 봐도 저리로 가라는 뜻이었기에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이동.
“잠깐.”
내 뒤에서 따라오던 제이나가 자신의 식도에 힐을 걸다 말고 내 어깨를 잡는다.
왜 또.
“뒷주머니에 그거, 설마 거미 앞다리입니까?” …….
거미 앞다리는 거미의 다리 중에 가장 발달한 부위다.
“전투 중에 들어갔나 보군.” 젠장.
무표정으로 다리를 잡아 꺼내 옆으로 홱 던졌다. 그러자 미심쩍은 눈을 하면서도 끄덕인 제이나가 파티 전원에게 힐을 돌리는데. 로투스홀짝
“슈!”
“왜요, 언니.” “이런 거 먹지 말라니까!” 아예 등에 교차해서 거미 다리 두 개를 멘 슈.
“맛있잖아요. 여차하면 무기로 써도 되고요.” 하나를 꺼내 휙휙 소리가 나도록 허공에 휘두른다. 제이나가 위생상 이런 건 좋지 않다며 재차 뭐라 하기에 내가 나서서 만류하였다.
“개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제이나, 이리 와라.” “…내 눈에 보이지 마. 그거.” “알았어요. 어차피 나만 먹을 건데.” 오케이. 이걸로 한 점 얻어먹을 구실 마련.
좁은 통로에 들어오자 정면에는 예고대로 바람에 출렁이는 흔들다리가 저편까지 이어져 있었다. 절벽 아래는 새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먹 크기의 돌을 떨어트리고 수십 초가 지났음에도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혹시 마법이 적용된 공간인가 싶어 살펴봤으나 아니었다. 그냥 생 낭떠러지다.

“추락에 주의하도록.” 다리 가까이 가자 푯말이 생성되었다.
【우정 시험의 다리】 【규칙1. 한 번에 한 사람만 건널 수 있다.】 【규칙2. 총 세 명이 건너면 다리가 끊어진다.】 【규칙3. 건너편에는 보물 상자가 존재하며 한 명이 건넜을 때 획득하면 반드시 위대급 이상의 아이템이 등장한다. 단, 상자를 열면 즉시 다리가 끊어진다.】 【규칙4. 상자를 열어야 다음 시련이 시작된다.】 이 던전을 제작한 마왕이 노리는 건, 내분이나 전력 감소. 만약 개인이 안전을 위해 귀환석 같은 물건을 챙겨왔다면 그 즉시 불화의 씨앗이 되었을 것이다.
“헤일로님. 가시지요.” 슈와 티나도 긍정한다. 우리는 고용주인 내가 용사로서 참여한 특이한 파티인 데다 우리의 목표는 마왕의 목. 이런 소소한 것에 불화가 생길 리 없다. 계약 구조도 한 몫하고. 로투스바카라
생각해보자 위대급 아이템을 얻으면서 모두가 건널 방법은…. 하나.
떠오르는 게 있긴 하다. 다소 무식하지만, 걸어볼 만한 작전. 용사들의 생각을 듣고자 방금 떠올린 발상을 설명했더니.
“그게 되겠습니까.” “마왕이 바보도 아니고. 허술한 규칙을 세웠을까요?” “저는 된다고 봐요.” 반반 둘에 동의 한 명.
어차피 더 좋은 의견이 나오지 않는 이상 강행할 예정이었다.
“티나, 네가 건너라.” “알겠습니다.” 흔들다리를 위태롭게 건너는 티나. 중간에 강풍이 불어 다리가 위아래로 출렁여 티나를 튕겨낼 뻔했으나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줄을 잡아 버텼다. 곧 어둠 저편으로 사라진 티나가 소리를 질러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잘라.”
다리를 지탱하던 두 개의 줄 중 하나가 슈의 단검에 의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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